
2026 FIFA 월드컵 본선 진출국 가운데 일본은 공동개최국 3개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본선행을 확정한 팀입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는 아시아 축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실감했습니다. 일본, 네덜란드, 스웨덴, 튀니지. 저마다 전혀 다른 역사와 색깔을 가진 네 팀의 월드컵 여정을 비교해 보면, '강팀'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상대적인 개념인지가 보입니다.
일본, 8 연속 진출의 위상과 16강의 벽

일본이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처음 본선 무대를 밟은 이후 8회 연속으로 진출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아시아 팀은 예선이 쉽다'라고 가볍게 보는 시각과는 결이 다릅니다. 제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보면서 느낀 것도 그 부분이었습니다. 독일과 스페인을 연달아 꺾고 조 1위로 16강에 오르는 장면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유럽 강호들의 프레싱 전술을 역이용하는 전술적 완성도는 단순한 '이변'으로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합니다. 일본은 네 차례나 16강에 올랐지만 단 한 번도 8강을 넘지 못했고, 그 결정적 순간마다 승부차기(PK전)라는 벽 앞에서 무너졌습니다. 여기서 승부차기란 연장전 후에도 승패가 갈리지 않을 경우 각 팀이 교대로 페널티킥을 차서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심리적 압박이 기술만큼이나 결과를 좌우합니다. 2010년 파라과이전, 2022년 크로아티아전이 모두 그랬습니다. 기술적 완성도만큼 멘털 훈련과 토너먼트 경험치 축적이 절실하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보여준 셈입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예선에서도 일본은 압도적이었습니다. 3차 예선에서 중국,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연달아 꺾고 세 경기를 남겨두고 본선 진출을 확정했습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도 팀 경쟁력을 유지시킨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일본 내국인 감독 중 세 번째로 16강 진출을 이끈 지도자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월드컵 본선 핵심 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첫 본선 진출 이후 8회 연속 출전
- 월드컵 최고 성적: 16강(2002, 2010, 2018, 2022)
- 월드컵 최다 득점자: 혼다 게이스케(4골, 3개 대회 연속 득점)
- 최다 출전 선수: 나가토모 유토(4개 대회 15경기)
네덜란드, 세 번의 결승과 '마지막 한 걸음'의 무게

네덜란드는 1974년, 1978년, 2010년 세 차례 월드컵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일반적으로 '결승에 세 번 오른 팀'이라면 강팀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세 번이 얼마나 아팠을지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1974년 요한 크루이프가 이끈 팀은 개최국 서독에 1-2로 졌고, 2010년에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추가시간 결승골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세 번 모두 우승팀이 개최국이거나 그에 준하는 이점을 가진 팀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토털 사커(Total Football)란 모든 선수가 공격과 수비에 유동적으로 참여하는 전술 철학으로, 1970년대 네덜란드가 세계 축구에 선보인 혁신적인 방식입니다. 이 개념 자체를 정립한 팀이 바로 크루이프의 네덜란드였지만, 그 철학은 정작 우승 트로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제가 직접 당시 기록 영상을 찾아봤는데, 그 유연하고 유기적인 움직임은 지금 봐도 충분히 인상적이었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에서 아르헨티나와의 접전은 그 자체로 명경기였습니다. 0-2로 뒤지던 상황에서 바웃 베호르스트가 두 골을 넣어 연장으로 가져갔지만 승부차기에서 결국 탈락했습니다. 네덜란드는 공동개최국을 제외하면 UEFA 예선 G조에서 핀란드, 몰타, 리투아니아를 상대로 25골을 넣고 실점은 2골에 그치며 무패로 본선을 확정했습니다. 로날트 쿠만 감독은 2023년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으며, 선수 시절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 월드컵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쿠만 감독은 바르셀로나, PSV, 에버턴 등을 거친 풍부한 지도 경력을 바탕으로 2026년 그 '마지막 한 걸음'을 완성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스웨덴, 예선 최하위에서 본선까지의 반전 드라마

스웨덴의 2026 월드컵 본선 진출 과정은 솔직히 드라마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습니다. UEFA 예선 B조에서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가, UEFA 네이션스 리그(UEFA Nations League) 성적을 바탕으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얻어 최종적으로 본선행을 확정했습니다. 여기서 UEFA 네이션스 리그란 유럽 국가대표팀들이 리그 방식으로 겨루는 대회로, 여기서의 성적이 각종 자격 배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일반적으로 예선 꼴찌 팀은 탈락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유럽 예선 구조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반전의 주역은 빅토르 요케레스였습니다.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3-1 승리를 이끌었고, 결승에서는 폴란드를 상대로 88분 결승골을 터뜨려 3-2 승리를 완성했습니다. 그레이엄 포터 감독은 외스테르순드 시절 팀을 4부 리그에서 알스벤스칸(스웨덴 1부 리그)까지 끌어올린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웨덴어에 능통한 포터 감독은 처음에 임시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결과를 내며 2030년까지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스웨덴은 195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결승에 올랐고,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3위를 차지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1994년 3위의 주역인 케네트 안데르손은 그 대회에서만 5골을 넣으며 브론즈 부트를 수상했습니다. 브론즈 부트란 월드컵에서 득점 순위 3위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골든 부트, 실버 부트와 함께 개인 득점 부문 시상 중 하나입니다. 스웨덴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포터 감독 체제의 세대교체가 얼마나 빠르게 안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비판적으로 보자면, 예선 최하위라는 성적표는 여전히 불안 요소로 남아 있습니다.
튀니지, 역사적 첫 승과 '조별리그 탈출'이라는 다음 목표

튀니지는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팀 최초로 월드컵 본선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멕시코를 3-1로 꺾은 그 경기는 지금도 아프리카 축구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입니다. 일반적으로 아프리카 팀은 조별리그를 넘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합니다. 튀니지는 이미 7회 본선 진출, 3회 연속 출전이라는 꾸준한 흐름을 만들어왔습니다.
2026 예선에서 튀니지의 수비 성과는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10경기 동안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는 무실점 기록을 세우며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예선 조 1위로 본선행을 확정했습니다. 클린시트(Clean Sheet)란 경기에서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은 것을 가리키는 축구 용어로, 10경기 연속이라는 수치는 조직적 수비 전술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무함마드 알리 벤 롬다운의 극적인 결승골로 8차전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한 장면은, 단순히 운이 아니라 철저한 조직력이 만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튀니지는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1-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고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기복을 보였습니다. 자이언트 킬링(Giant Killing), 즉 강팀을 꺾는 이변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지만,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실질적 성과 없이는 결국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사브리 라무시 감독은 코트디부아르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이끈 경험이 있으며, 그 현장 경험이 이번 대회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FIFA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튀니지는 통산 18경기에서 3승 5 무 10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출처: FIFA).
2026 FIFA 월드컵의 공식 대회 정보와 참가국 데이터는 FIFA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역대 대회 기록과 통계도 함께 제공됩니다(출처: FIFA).
네 팀을 비교해 보면, 같은 '본선 진출'이라는 결과 뒤에 전혀 다른 무게가 담겨 있다는 게 보입니다. 일본은 꾸준함을, 네덜란드는 갈망을, 스웨덴은 반전을, 튀니지는 가능성을 들고 2026 북중미 무대에 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네 팀 중 누가 기존의 한계를 처음으로 넘어서는지를 가장 주목하고 싶습니다. 2026년 여름, 그 답이 나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