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2026 월드컵 조 추첨 결과를 처음 봤을 때 G조가 이렇게 흥미로울 거라고 생각 못 했습니다. 벨기에, 이집트, 이란, 뉴질랜드. 언뜻 보면 벨기에의 독주처럼 보이는 조지만,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각 팀의 역사와 서사가 얽혀 있어서 이 글을 쓰는 내내 손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전력 분석을 넘어, 이 네 팀이 품고 있는 각자의 간절함을 같이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벨기에, '황금 세대'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까
제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팀이 벨기에였습니다. 에당 아자르, 케빈 더브라위너, 로멜루 루카쿠가 한 팀에서 뛰는 걸 보며 "이 세대가 우승을 못 하면 영원히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 팀이 3위를 차지했을 때 저는 솔직히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4년 뒤 카타르에서 벨기에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걸 이변이라고 표현하는데, 제 경험상 이건 이변이라기보다 노쇠화된 전력의 예고된 결과에 가까웠습니다. 황금 세대(Golden Generation)란 특정 시기에 한 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쏟아지는 현상을 일컫는 표현인데, 이 세대가 절정을 지나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조직력은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벨기에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뤼디 가르시아 감독 체제로 재정비했습니다. 가르시아 감독은 2010/11 시즌 릴에서 리그 1과 쿠프 드 프랑스를 동시에 차지한 지도자로, 클럽 무대에서의 커리어는 충분히 증명되었습니다. 리그 1은 프랑스 1부 리그를 가리키고, 쿠프 드 프랑스는 국내 FA컵에 해당하는 대회입니다. 두 대회를 같은 시즌에 제패한다는 건 전술적 완성도와 선수단 관리 능력을 모두 갖춰야 가능한 일이라, 저는 가르시아 감독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편입니다.
다만,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의 경험은 아직 짧습니다. UEFA 네이션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1차전 1-3 패배 후 2차전 3-0 역전을 이끌어낸 건 분명 고무적이었습니다. 루카쿠가 두 골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살렸고, 팀도 살아났습니다. UEFA 네이션스리그란 유럽 국가 간 리그 형태로 진행되는 FIFA 국제 대회 기간 대체 경기로, 단순 친선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경쟁이 펼쳐집니다.
1930년 초대 월드컵부터 출전해 온 벨기에는 이번이 통산 15번째 본선입니다(출처: FIFA 공식 홈페이지). 역대 최다 출전 선수인 엔조 시포가 4번의 월드컵에 걸쳐 17경기를 뛰었던 것처럼, 이 나라에는 축구를 향한 뿌리 깊은 열정이 있습니다. 문제는 과거의 영광에 너무 오래 기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입니다. 2018년의 잔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체성을 세울 수 있을지, G조에서 그 첫 번째 답이 나올 것입니다.

이집트와 이란, '대륙 챔피언'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까
이 두 팀을 묶어서 보는 건 불공평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제가 직접 두 팀의 경기를 챙겨보면서 느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각자의 대륙에서는 맹주지만,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면 유독 결정적인 순간에 힘이 빠진다는 점입니다.
이집트는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및 아랍 국가 최초로 월드컵에 출전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자체로도 대단한 유산이지만, 통산 성적을 보면 7경기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CAF(아프리카축구연맹) 예선에서 20 득점 2 실점이라는 압도적인 숫자를 기록했음에도 본선에서는 왜 이렇게 흐름이 달라질까요. 제 경험상 이건 특정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을 때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모하메드 살라가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부상으로 우루과이전에 결장했을 때 이집트는 0-1로 패했고, 그것이 결국 탈락의 씨앗이 됐습니다.
이란도 비슷한 구조입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예선을 16경기 단 1패로 통과한 팀이지만, 본선 기록을 보면 18경기 중 11경기가 패배입니다.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1-1 무승부를 거뒀던 경기는 지금도 회자됩니다. 알리레자 베이란반드 골키퍼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페널티킥을 막아냈고, 극적인 동점골로 16강 진출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다른 경기에서 희망이 꺾였습니다. 그때 이란 팬들이 느꼈을 감정이 얼마나 복잡했을지, 저도 그 경기를 보면서 충분히 공감했습니다.
이번 대회 이집트와 이란의 핵심 관전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집트: 살라, 오마르 마르무시, 모스타파 모하메드로 이어지는 공격 다변화가 실현되는지
- 이집트: 호삼 하산 감독이 단단한 수비 조직을 본선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지
- 이란: 메흐디 타레미와 사르다르 아즈문의 투톱이 유럽 수준의 수비를 상대로 얼마나 통할지
- 이란: 갈레노에이 감독의 전술적 유연성, 즉 선제 실점 후 역전 시나리오를 대비한 플랜 B가 있는지
AFC는 아시아축구연맹(Asian Football Confederation)의 약자로, 아시아 지역 대륙별 예선과 대회를 관장하는 기구입니다. 이란은 이 예선에서 4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연속 본선 진출이란 예선 탈락 없이 매 대회 본선 무대를 밟았다는 의미입니다. 꾸준함 자체는 실력의 증거지만, 이제 필요한 건 본선에서의 결과입니다.
이집트가 CAF 예선에서 단 2 실점만 기록했다는 통계는(출처: FIFA 공식 홈페이지) 수비 조직력의 견고함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다만 예선에서 만나는 부르키나파소, 시에라리온과 벨기에는 차원이 다른 상대입니다. 이 간격을 얼마나 좁혔는지가 이집트와 이란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입니다.

뉴질랜드, '지지 않는 팀'에서 '이기는 팀'으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뉴질랜드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파라과이,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3 무를 기록하며 무패로 대회를 마쳤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단순히 신기한 통계로 들렸거든요. 그런데 그 경기들을 하나씩 다시 들여다보니, 이건 단순한 '운'이 아니었습니다.
셰인 스멜츠가 이탈리아를 상대로 경기 시작 7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을 때, 당시 이탈리아는 디펜딩 챔피언이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이란 직전 대회 우승팀을 뜻하는데,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제패한 아주루리에게 뉴질랜드가 리드를 잡았다는 건 전술적 완성도 없이는 불가능한 장면입니다. 물론 결국 1-1 무승부로 끝났지만, 그 순간만큼은 뉴질랜드의 자신감이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2026년을 낙관적으로만 보기가 어렵습니다. 6경기에서 승리가 하나도 없다는 건, '이기는 법'을 경험으로 체득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 OFC(오세아니아축구연맹) 예선에서 피지를 7-0, 뉴칼레도니아를 3-0으로 이기는 것과 G조의 상대들을 이기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OFC란 오세아니아 지역 국가들이 소속된 축구 연맹으로, 이번 2026 대회에서 처음으로 직행 티켓을 배정받았습니다.
대런 베이즐리 감독은 U-20 대표팀을 세 차례 FIFA U-20 월드컵 토너먼트 단계까지 이끈 지도자입니다.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능력과 성인 대표팀을 이끄는 능력은 또 다른 문제지만, 적어도 그가 단기간에 팀의 구조를 만들 줄 안다는 건 증명된 사실입니다. 제 생각에는 수비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카운터어택, 즉 상대의 공격을 막은 뒤 빠르게 역습으로 전환하는 전술을 얼마나 날카롭게 다듬느냐가 뉴질랜드의 첫 승 여부를 가를 것 같습니다.

G조는 결국 세 개의 질문으로 요약됩니다. 벨기에가 황금 세대의 잔상을 털어내고 새로운 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가, 이집트와 이란이 대륙 최강의 면모를 세계 무대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가, 그리고 뉴질랜드가 '지지 않는 팀'을 넘어 마침내 '이기는 팀'이 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답이 동시에 나오는 무대가 2026 북중미 월드컵 G조입니다. 어떤 팀의 이야기가 마지막에 웃음으로 끝날지, 저도 지금부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