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이번 월드컵이 이렇게 넓은 땅덩이를 다 쓸 줄 몰랐습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 16개 도시, 48개 팀. 숫자만 봐도 숨이 찰 정도인데, 막상 경기장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니 감탄이 나오는 동시에 걱정도 솔직히 생기더군요. 그 복잡한 감정을 이 글에 고스란히 담아봤습니다.
캐나다와 멕시코: 역사와 자연을 담은 경기장

캐나다는 처음부터 저를 설레게 했습니다. 밴쿠버의 BC 플레이스에는 케이블 서포트(cable-supported) 방식의 개폐식 지붕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케이블 서포트 방식이란 거대한 케이블을 장력으로 팽팽하게 당겨 지붕 하중을 분산시키는 구조로, 내부 기둥 없이 넓은 공간을 덮을 수 있는 건축 기법입니다. 그 덕에 관중석 어디서든 시야를 방해하는 기둥 하나 없이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했습니다. 밴쿠버는 태평양과 만년설이 덮인 산봉우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도시인데, 그 풍경을 배경으로 경기를 관람한다고 생각하니 경기 내용을 잊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토론토의 경우는 좀 달랐습니다. 수용 인원 45,000명으로 이번 대회 16개 경기장 중 가장 작은 규모인 토론토 스타디움은, 캐나다 독일전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작은 경기장이 오히려 열기를 배가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경험상, 큰 경기장보다 작고 꽉 찬 경기장이 분위기 면에서 훨씬 압도적이거든요.
멕시코는 이미 1970년과 1986년, 두 번의 월드컵을 개최한 유일한 나라입니다(출처: FIFA 공식 사이트). 그래서인지 멕시코의 세 경기장을 보면 그냥 '시설'이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느껴집니다. 멕시코시티의 에스타디오 아스테카는 수용 인원 83,000명으로, 서로 다른 두 번의 월드컵 결승전을 치른 세계 몇 안 되는 경기장 중 하나입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리노베이션(renovation), 즉 기존 시설을 유지하면서 기능을 현대적으로 개선하는 대대적 개보수 공사를 진행 중이라는 것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과달라하라의 경기장은 인공 언덕 모양의 외관과 화산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인상적이었고, 몬테레이의 에스타디오 몬테레이는 '철강 거인'이라는 별명처럼 지역 철강 산업에서 영감을 받은 메탈 외관이 낮에는 채광을 담당하고 밤에는 은은하게 빛난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가보지 못했지만, 사진만 봐도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건축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핵심 포인트:
- 밴쿠버 BC 플레이스: 케이블 서포트 개폐식 지붕, 수용 54,000명, 벨기에·캐나다·스위스 조별리그 개최
- 토론토 스타디움: 이번 대회 최소 규모 45,000명, 캐나다·독일전 포함 6경기
- 멕시코시티 에스타디오 아스테카: 83,000명, 2번의 월드컵 결승 개최지
- 과달라하라 스타디움: 48,000명, 우루과이·스페인전 예정
- 에스타디오 몬테레이: 53,500명, '철강 거인' 별명의 분지형 경기장
미국 11개 경기장: 압도적인 스케일과 첨단 기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미국 경기장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이게 과연 같은 대회를 위한 경기장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스타일과 규모가 제각각이었거든요. 그 차이 자체가 이번 월드컵의 가장 큰 볼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소피 스타디움(공식 명칭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은 수용 인원 70,000명으로, 360도 파노라마 방식의 LED 스크린과 거의 투명에 가까운 개폐식 지붕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서 파노라마 스크린이란 관중석을 360도 전체 방향으로 둘러싸는 형태의 대형 영상 시스템을 의미하는데, 단순히 득점 상황을 다시 보는 리플레이 화면을 넘어 경기 중 콘텐츠 제작에만 약 80명의 인력이 투입된다고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미디어 집약형 경기장은 경기 자체보다 쇼 비즈니스 쪽에 더 가까운 느낌을 줄 때가 있습니다. 감동은 있는데 '축구의 냄새'는 좀 옅어지는 경향이요.
반면 시애틀 스타디움은 달랐습니다. 벽돌 외관, 탁 트인 북쪽 관중석에서 바라보이는 시애틀 스카이라인,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응원 문화로 정평이 난 관중석.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런 '도시 안에 있는 축구 성지' 느낌이 진짜 축구를 보는 기분을 살려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경기장에서 이집트 무하마드 살라가 뛴다는 사실도 흥분을 더해줍니다.
댈러스의 AT&T 스타디움(공식 명칭 댈러스 스타디움)은 수용 인원 94,000명으로 이번 대회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두 개의 거대한 철제 아치가 지붕을 지지하는 구조로, 아치 방식 하중 분산이란 곡선형 구조물이 수직 하중을 좌우 측면으로 분산시켜 중간 기둥 없이 거대한 지붕을 가능하게 하는 공학적 원리입니다. 이 경기장에서는 조별리그 5경기, 32강 2경기, 16강, 그리고 준결승전까지 총 9경기가 열립니다.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잉글랜드가 이 무대에 설 예정이라니, 경기 배정만 봐도 이미 뭔가 됩니다.
결승전이 열리는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은 수용 인원 82,500명으로, 루버(louvre) 방식의 외장 패널이 특징입니다. 루버 방식이란 비스듬히 기울어진 판들을 촘촘하게 배열해 빛과 시야는 조절하면서 환기는 허용하는 건축 기법인데, 여기서는 조명 색상을 바꿔 경기 분위기에 맞는 시각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7월 19일 이곳에서 울려 퍼질 결승전의 마지막 휘슬 소리를 상상하면 지금도 두근거립니다.
살인적인 이동 거리와 상업화에 대한 솔직한 우려
이번 대회를 바라보면서 가장 솔직하게 느낀 부분을 여기서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경기장들 사이에서 제가 계속 마음에 걸렸던 건 바로 물류적 부담이었습니다.
북미 대륙의 동서 거리는 단순히 '멀다'는 수준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밴쿠버에서 마이애미까지 직선거리로 약 4,400km에 달하며, 같은 조에 배정된 팀이 서부 경기장에서 동부 경기장으로 이동해야 할 경우 최소 5~6시간의 항공 이동이 필요합니다. FIFA가 공개한 대회 운영 계획에 따르면 지역별 클러스터 배정을 통해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려 했지만, 16개 도시라는 숫자 앞에서 그 노력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대규모 이동은 선수 컨디션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시차(time zone)와 기후 변화가 동시에 닥치면 몸이 대회 중반도 되기 전에 축납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소피 스타디움처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경기장'을 내세우는 방식이나 수백 개의 VIP석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저는 조금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축구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결국 인종이나 국적, 경제적 수준과 무관하게 같은 그라운드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대중성 아닐까요.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처럼 지붕도 없이 열린 분지형 구조에서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함성이 터져 나오는 장면이야말로, 첨단 LED 스크린보다 훨씬 강렬한 축구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에드먼턴이 최종 16개 개최 도시 목록에서 탈락한 과정도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FIFA가 요구하는 인프라 기준과 수익성 지표가 도시의 축구에 대한 열정보다 우선이 되는 구조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2026 FIFA 월드컵이 역대 가장 큰 규모로 북미 대륙을 무대로 펼쳐진다는 사실 자체는 지울 수 없는 기대감을 줍니다. 밴쿠버의 자연 속 경기부터 멕시코시티의 전설적인 열기, 뉴욕의 결승전 피날레까지, 이 대회는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직접 현장에 가보실 계획이 있다면 지역 클러스터 배정을 먼저 확인하고, 이동 일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짜는 것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