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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월드컵 J조: 메시 신기록, 요르단 탈락, 히혼의 수치

feb15th_blog 2026. 6. 28. 06:22

목차


    탈락이 확정된 팀이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이변을 만들 수 있을까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무너지던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진심으로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있어서인지 이번 J조 최종전 일정을 확인하는 순간, 이미 탈락한 요르단전이라도 절대 방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J조는 아르헨티나의 독주, 요르단의 아쉬운 데뷔, 그리고 알제리와 오스트리아의 운명적인 맞대결까지 이야기가 참 많은 조입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J조 조별리그 최종전 일정: 요르단 대 아르헨티나, 알제리 대 오스트리아. 각 경기 일시 및 주력 선수 이미지

    메시 신기록,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불안한 완벽함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메시가 오스트리아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월드컵 통산 18골을 기록했을 때, 단순히 "또 메시가 해냈구나"가 아니라 역사가 바뀌는 순간을 목격했다는 실감이 뒤늦게 왔습니다. 기존 기록 보유자였던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16골은 오랫동안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는데, 39세의 메시가 그 기록을 두 골 차이로 넘어선 겁니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모든 대회 통틀어 9연승 행진 중이며, 이 과정에서 실점은 단 1골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로우 블록(low block)'입니다. 로우 블록이란 자기 진영 깊숙이 수비 라인을 내려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전술로,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흔히 선택하는 방어 전략입니다. 오스트리아도 이 전술을 가져왔지만, 아르헨티나의 조직력 앞에서 뚫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 가지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미 조 1위를 확정 지은 상황에서도 메시가 기록 추가를 위해 요르단전 선발 출전을 고집한다면, 그건 팀 전체의 컨디션 관리보다 개인 기록을 앞세우는 것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도 이 딜레마를 느끼고 있을 겁니다. 토너먼트를 앞두고 주전들의 체력 안배, 즉 '스쿼드 로테이션(squad rotation)'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스쿼드 로테이션이란 주전 선수들을 쉬게 하고 후보 자원을 기용하여 팀 전체의 피로도를 분산시키는 감독의 전술적 선택을 말합니다. 이 선택을 제대로 못 하면 토너먼트에서 발목을 잡힐 수 있습니다.

     

    이번 토요일 요르단전에서 주목해야 할 아르헨티나의 변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무릎 부상으로 수비 중심축이 흔들릴 수 있다
    • 마르코스 세네시와 니콜라스 오타멘디의 조합이 얼마나 안정감을 줄지 미지수다
    • 메시를 전반전에만 기용하고 이른 교체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요르단 탈락, 세트피스 수비의 냉혹한 교훈

    제가 직접 두 경기를 지켜보면서 느낀 건, 요르단이 생각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용감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팀이 첫 두 경기 모두 골을 터뜨린 건 2006년 코트디부아르 이후 처음이라는데, 막상 경기를 보면 그 투지가 느껴집니다. 알제리전에서 종료 25분을 남기고 1-0으로 앞서던 순간, 저는 진짜 이변이 오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발목을 잡은 건 '세트피스(set piece) 수비'였습니다. 세트피스란 코너킥, 프리킥, 스로인처럼 경기가 멈춘 상태에서 재개되는 모든 상황을 일컫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세트피스는 전체 득점의 약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득점 루트로 자리 잡았습니다(출처: FIFA). 요르단은 이번 월드컵에서 허용한 5 실점 중 무려 3 실점을 코너킥 상황에서 내줬습니다. 알제리전 역전골 2개도 모두 코너킥에서 비롯됐습니다.

    이걸 단순히 "첫 출전이니까 경험 부족"으로 넘기기에는 너무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제 경험상 수비 조직력, 특히 공중볼 다툼에서의 '마킹(marking)' 실패는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습니다. 마킹이란 상대 선수를 밀착 방어하여 자유로운 동작을 제한하는 수비 방식입니다. 요르단은 아르헨티나전에서 이 약점이 또다시 집중 공략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아르헨티나처럼 전술적으로 정교한 팀이 이미 파악한 약점을 그냥 지나칠 리 없으니까요.

    셀라미 감독이 "요르단 축구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라고 했다는 말은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월드컵 첫 도전에서 얻은 이 경험은 요르단 축구의 미래에 분명히 자산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인상을 남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세계 1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최선을 다해 버티는 것뿐입니다.

    히혼의 수치, 42년 만의 재회

    이 부분을 처음 읽었을 때 저도 모르게 손이 멈췄습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오스트리아와 서독이 1-0 결과를 공유하면서 알제리를 조별리그에서 탈락시킨 이른바 '히혼의 수치'. 두 팀이 서로 필요한 점수차만 유지하며 경기를 질질 끈 이 담합은 이후 FIFA가 조별리그 최종전을 동시 킥오프하는 규정을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출처: FIFA). 그 사건이 42년이 지난 지금, 캔자스시티에서 다시 두 팀이 맞붙는 상황이 된 겁니다.

    저는 이 역사적 맥락이 현재 선수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선수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은퇴한 지 오래고, 지금 뛰는 선수들은 그 사건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알제리 팬들 입장에서는 이 경기가 단순한 32강 진출전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실력 면에서 보면, 블라디미르 펫코비치 감독의 알제리는 요르단전 역전승으로 승점 3점을 가져갔지만 오스트리아에 골득실에서 뒤져 현재 3위입니다. 알제리가 32강에 오르려면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압박 축구(gegenpressing)'로 유명한 랄프 랑닉 감독 체제에서 28년 만의 월드컵 무대를 밟았습니다. 게겐프레싱이란 공을 빼앗긴 직후 즉각적인 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전개를 차단하는 전술로, 현대 유럽 축구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술 중 하나로 꼽힙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메시의 천재성에 막혔지만, 알제리를 상대로는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핵심 변수는 알제리의 에이스 모하메드 아무라의 부상입니다. 아프리카 예선 24골 중 10골을 책임진 선수가 빠진 알제리의 공격이 얼마나 날카로울 수 있을지, 35세의 리야드 마레즈가 그 공백을 얼마나 메울 수 있을지가 이 경기의 핵심입니다.

     

    J조의 결말은 이미 아르헨티나의 1위 진출로 절반은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 알제리와 오스트리아의 자리다툼은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42년 만의 복수를 꿈꾸는 알제리의 간절함이 오스트리아의 조직력을 누를 수 있을지가 이번 대회의 가장 흥미로운 서사 중 하나라고 봅니다. 어느 쪽이 됐든, 두 경기 모두 끝나고 나면 J조는 한 편의 완결된 이야기처럼 기억될 것 같습니다.